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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주절주절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

어쩌다 보니 오후 내내 일정이 잡혔던 회의가 의외로 빨리 끝나 버렸다.

  모처럼 해떨어지기 전에 집에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농수산물 시장으로 나섰다.

  가서 이것 저것 과일을 사고, 생선도 사고, 곡물도 좀 사고 트렁크에 제법 많이 사서 집으로 돌와 왔다.    

  금방 사온 게를 넣어 끓인 된장국,...게는 먹는게 너무 귀찮다...아마도 그것을 먹음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에너지의 양과 그것을 먹기 위해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거의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천도복숭아도 별로 맛이 없다. 아마 토마토도 별로 맛이 없을것 같다. 제법 먹음직 스러워 보이는 과일들은 안사게 되고 이상하게 시장 입구나 구석에서 무더기로 성의 없이 쌓여 있는 과일들을 사게 된다. 싸지도 않은데.... 잘 쌓아 놓은 토마토를 보고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 난 아내에게 토마토를 사기를 종용하고 아내는 몇번 넘기다가 그냥 아무렇게나 바로 곁에서 파는 토마토를 산다. 이런식이다...  

  그래도 아들 두녀석은 무척 재밌는 시간이 되었을것이다. 특히 둘째 용주는 이것 저것 다 만져 보고 두드려 보고 들어도 보고, 수산물 시장쪽에선 환상적이었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게들을 손으로 잡거나 하진 않는걸 보니 생각은 분명 있는 녀석 같다. 결국엔 맘씨 좋은 아주머니가 잡고기 (게나 머 이런것들) 쌓아 놓은 것을 한주먹 비닐 봉지에 담아서 아들 녀석에게 주신다....    

  게를 넣은 된장국을 시원섭섭하게 먹고 같이 사왔던 홍어회 한접시를 꺼내 들고 먹는다. 아내와 애들은 냄새 난다고 저만치 떨어져 있고 어머니와 둘이서 먹는데....처음한두점은 맛있었지만 계속 먹기에는 고역이다. 너무 잘 삭혀 져서 속이 아플지경이다.   게다가 술도 없이 홍어회만 먹으려니.... 결국엔 조금밖에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두고 컴터 앞으로 가서 앉는다. 스캔좀 하자..

  이렇게 해서 나의 모처럼만의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 '가 막을 내린다...    

  두시간 정도 필름 스캔을 하고 후 보정해서 정리 하는 작업을 하다가 잠에 못이겨 그리고 내일 출근하려면 유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컨디션을 위해서 잠자리에 든다...           

 

200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