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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책읽기

[Christ Recrucified, Nikos Kazantzakis]

작년에 사내 어학강의 우수자 포상으로 [크레마 샤인]을 받고, 

이북 리더기 처음으로 시도한 책이 이 책이었다.

출퇴근 시간, 잠자기 전, 틈틈이 읽어서 근 일주일 정도 걸린듯. 


고전이 좋은 이유중의 하나가

그 속에 그려 지는 풍경은 바로 작가의 시대(또는 가정한 시대)가 생생하게 살아 있음에도 

사람들의 삶과 고뇌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카잔카키스의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처음으로 이번 [예수 다시 수난당하다]가 두번째 책이다.

이 두개의 소설로도 작가의 위대하면서도 급진적인 정신이 느껴진다.


머랄까? 작가와 작품의 비중에 비해 너무 덜 알려진 거 같은 느낌이다.


2015. 2. 27.


성주간 행사를 위해 배역이 정해진다. 양치기인 마놀리오스는 그리스도 역에, 그리고 보부상인 얀나코스와 족장의 아들 미켈리스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자로, 그리고 마을의 아름다운 과부에 마음이 빼앗긴 술주정뱅이 파나요타로스는 그리스도를 배신하는 유다의 역을 맡는다....

그리고 이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갈등의 형태가 나타난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버려서는 마을 남자들을 유혹하는 여인과 그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들. 그리고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부인네들. 

알량한 기득권세력들(그레고리스 사제와 마을의 원로들로 나오는 사람들)과 일반 민초들.

기존의 마을(리코브리시)사람들과 전쟁과 살륙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이재민마을(사라키나) 사람들.

기름이 번지르르하고 탐욕과 이기심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과 그리스도를 차용하는 그리고리스 사제와, 갈곳 없는 민중들을 이끄는 가난한 성자 포르티스 사제.

그리고 기존 그리스인들과 터어키에서 파견된 일종의 총독 같은 아그하.

일말의 양심의 가책으로 번민을 하는 교장선생과 바로 눈앞의 이익에만 파리떼 처럼 움직이는 일반 민초들.

사라키나 주민들중에서조차 예전에 살던 마을에서 자본가가 기득권 세력과 그곳에서도 가난했던 민초들사이의 갈등...

....하나 하나 열거하기 조차 힘든 수많은 사람들 만큼의 다양한 갈등이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가면서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주요 하이라이트 목록>


"자, 여러분들, 입씨름은 그만해. 어느 마을에나 우수리 여인은 있게 마련이지. 그처럼 정직한 사람을 망쳐놓을수 있겠나. 길가의 샘과 같지. 그게 그거야. 누군가 목이 마르면 거기 멈춰서 그것을 마시지. 다른 방법으로는, 그들이 우리드릐 문을 두드리겠지. 그 사람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그리고 그 여인들도. 그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별반 다를바 없는 인간 다반사를 다시금 시작해야 하나요, 사제님?"하고 허리에 넝마를 걸치고 있는 거칠게 생긴 젊은이가 소리쳤다. 그는 굶주림에 지쳐 창백해 있었다. "매일반의 일을 말입니까? 사제님?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까? 당신은 잘 기억하시겠지요. 고행에서도 모두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었지요. 역시 가난한 자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어머님께서는 그 마을이 기름과 포도주위에 떠서 헤엄칠 정도로 흥청거렸을 적에 유감스럽게도 굶어 죽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냄새가 어머님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런 만큼 그러한 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노랫가락일 뿐이겠지요. 사제님, 또 다시 부자와 가난뱅이가 생겨나겠지요?"


...나는 너무 성급했어. 거위를 이미 요리를 해 버렸으니. 엎질러진 물이야. 다 끝났어 ! 하지만 목숨을 건졌으니 운이 좋다구, 하고 내심 생각했다...


대가족의 가장되는 사람은 미켈리스에게 화를 내면서 따졌다. 

"당신은 처자식이 없지 않은가? 젊은 족장이여, 그렇잖소 ? "

"그렇소."

"바로 그거요, 그러므로 당신은 할 말이 없소. 우리를 그냥 두시오."

어떤 늙은 여인은 그녀의 손자를 무릎에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는데 얀나코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왜 당신은 여기서 질질 울고 서 있나요? 얀나코스. 일천명의 마놀이오스가 죽도록 놔 두구료. 내 손자가 살아 있도록 말이요."



"우리의 주님은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문 밖에서 노크를 하시지만 아무도 그에게 문을 열어 드리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주님은 바로 아그하와 친하게 사귀는 부유한 병사들입니다. 그는 그의 문에 방책을 쌓고 빵 부스러기조차도 자기가 먹다가 버릴지언정 남에게는 주지 않습니다. 당신드르이 주님은 배불리 먹고 말하기를 '이 세상은 정당하고 정직하고 인정이 많다.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은 추방되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님은 배고픔에 지친 육신과 두려움에 떠는 영혼을 바라보는 거지이며, 그 분은 '이세상은 부당하오. 정직하지 못하고 인정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곳이오. 오, 가증스럽도다!'라고 외치고 계십니다"


...인간이 천국으로 날아가기 위해서 올라 설 수 있는 도약대는 오직 이 땅 위일 뿐이지....


...헛된 일입니다. 그리스도시여, 헛된 일입니다. 당신이 고난을 당하신지 2천년이 흘렀건만 인간들은 여전히 당신을 십자가에 매답니다.

그리스도시여, 언제 이 땅에 태어나 다시 십자가에 달리지 않고 영원토록 저희들 가운데 거하시겠나이까....



'나는 이곳이 좋아. 사람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고 절대로 만나지 않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