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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베레모’ 호위 속 출정…경위들에 끌려 구치소로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7605.html?_fr=mt1


등록 : 2015.02.09 20:12수정 : 2015.02.09 22:36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긴장감 감돈 2심 판결 2시간

재판 시작 30분쯤 지나며
원심과 다른 판단 낭독되자
방청석 탄식 속 ‘술렁’

원 “국가와 국민 위해 일했다”
출소 5개월 만에 다시 구치소로

9일 오후 1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 검은 긴 코트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하늘색 넥타이를 맨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이 나타났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등장한 원 전 원장은 기자의 질문 세례에 “재판 끝난 뒤 법원 1층 입구에서 짧게 한 마디 하겠다. (대신) 재판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원에 출석하는 원 전 원장의 발걸음은 외롭지 않았다. 빨간색 베레모와 군복을 입은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 대여섯명이 든든한 ‘우군’이 돼 원 전 원장 뒤를 따랐고, 같은 복장을 한 20여명은 원 전 원장보다 먼저 법정 앞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60~70대로 보이는 이들은 법정 앞에서 서로 거수경례를 주고받으며 인사하더니 법정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오전부터 간간이 흩날리던 눈발이 굵어지던 오후 2시,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고가 시작됐다. 법정은 150여명의 방청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고, 이들의 눈과 귀는 온통 김상환 재판장의 입에 집중됐다. 외투를 벗은 채 감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앉아 있던 원 전 원장은 선고가 이뤄지는 2시간 내내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앉아 있었다.

재판이 시작된 지 30분가량이 지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다른 판단이 낭독되자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술렁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어 원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국정원 직원의 전자우편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됐고, 바깥세상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법 위반 혐의 인정’, ‘원세훈 선거개입 지시 인정’ 등 뉴스 속보가 잇따랐다.

오후 3시50분께 재판장이 “원세훈 징역 3년 실형”을 낭독하자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뜻 모를 탄식이 이어졌다.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원 전 원장은 “저로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법정 경위들에 이끌려 나가야 했다. 뒤에 남은 군복 차림의 ‘우군’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껌뻑거릴 뿐이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항소심을 앞두고 서울고법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이 있으니 지켜달라’는 요청에 법원은 경찰 경비병력 증원을 요청하고 자체 경비인력도 늘렸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원 전 원장의 이동경로 주위에 경비인력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이날 법정구속으로, 원 전 원장은 비록 원치 않는 공간에서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국가의 신변보호를 받게 됐다. 기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됐다가 만기출소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수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한마디 하겠다’는 기자들과의 약속도 지킬 수 없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