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 끄적/책읽기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1998]



일식(개정판)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움베르토 에코’와 ‘미시마 유키오’ 사이에 선 천재, ‘히라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니콜라라는 젊은 수도사가 한 마을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

피에르라는 연금술사. 현대의 눈으로 본다면 과학자이며 동시에 철학자

쟝이라느 벙어리 소년. 거의 모든 장면에 그네를 타고 있으면서 벙어리에 귀머거리 특유의 공허한 환한 웃음을 뛰는 입속의 검은 구멍에 새로운 세계를 향한 창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런 관찰과 표현 재밌음)

그리고 기욤이라는 절름발이 대장장이, 그는 피에르의 수발을 들면서 생을 유지하다가 다시 자크에게 붙어서 생을 유지한다. 더러워 멀리 하지만 그의 생을 향한 욕망에 대해 욕할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자크. 이 사람은 후에 마녀심판자가 된다.



작고 가난한 한 마을에 매일 매일을 주색으로 찌들어 사는 수도원장이 나오는데 이의 타락상은 완전히 나쁜 놈이라고 인류의 버러지라고도 욕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 왜냐 하면 이 수도사는 자신의 철저한 파멸을 위해, 어찌도면 일신의 종말을 위해 매일 매일 다가 갈 뿐이기 때문인가... 

암튼 그 마을에 마을사람들과 뚝 떨어져서 홀로 연금술과 학문에 묻혀 사는 피에르. 그는 마을 사람들과 전혀 교류가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을 싫어한다.

이 사람의 지성에 이끌린 니콜라는 그 사람과 교분(이라고 해 봐야 간단한 대화들, 대부분은 피에르는 연금술 실험에 매달리고 니콜라는 그의 장서를 읽는다)을 가지게 되고 어느날 그를 몰래 따라간 니콜라는 숲속의 동굴속에서 처음으로 안드로규노스를 목격하게 된다. 이윽고 마을에 역병이 돌고 마을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안드로규노스는 잡혀서 숱한 고문을 받고 마녀재판으로 화형에 처해 지게 된다. 화형의 순간에 일어나는 일식.


그리고 마을을 떠난 니콜라는 삼십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피에르가 옥사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처음에 읽으면서 아주 구체적인 묘사나 정황으로 미루어 이 소설을 대체 일본의 젊은 작가가 썼다는게 좀 의아해 지기도 했다. 중세의 암흑기에 르네상스의 여명이 비추어질 무렵에 마녀사냥이니 연금술사니 하는 것들....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관이 보인다. 이것이 카톨릭이나 기독교에도 있는지는 나로서는 지금은 알 수 없으나 남녀 한몸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고 나와 세계가 하나가 되고...이러한 내용들...


하지만 격렬한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갑자기 30년이 흐른 후담담히 몇마디 말로 끝을 맺는 것은 어쩌면 현대 문학의 형식이라고도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5. 4.



아래 사진은 Androgynous라고 하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의 조각상이다. 묘한 느낌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