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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책읽기

[하루키]"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中에서

그의 글은 가볍다. 섬세하다. 그리고 즐겁다. 하지만 묵직한 정서를 잘 표현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중의 하나가 농담속에 진실을 말하는 것...

 

 

 8월 4일 (토)

  나이를 먹으면 평일의 낮  동안 함께 놀아 줄 친구(특히 젊은  아가씨)가 없어

져 버려서 크게 곤란을 겪는다. 당연한 일이다. 모두들 평일의 낮 동안에는 열심

히 일을 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하고는 잘 놀아 주지를 않는다.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보면 두세  명에 한 명쯤은 낮 동안의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으니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나는 아는 아가씨와 점심 전에 만나서 점심  식사로 튀김이나 장어를 먹고, 두 

시부터 시작하는  영화를 보고는, 영화관을 나와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저녁때 

바에서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방식을 전부터 좋아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는 탓도 있고 해서, 밤늦게 하는 데이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홉 시경이 

되면 나도 모르게 꾸뻑꾸뻑 좋거나 한다.

  물론 데이트 상대는 아내라도 괜찮지만, 그녀는  장어도 튀김도 그다지 좋아하

지 않으며 영화에 대한 취미도 나와 상당히  다르기 ㄸ문에, 언제나 "그런 건 다

른 사람하고 가요"하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해도 대낮부터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따금 혼자 하루 종일 풀에 있을 때가 있지만, 그것도 말짱 헛일이다. 카세트 

테이프도 두세 시간 듣다  보면 지겹고, 그렇게 오래 수영을 할  수도 없는 일이

고, 주위에는 쌍쌍들뿐이어서 굉장히 따분하다.

  얼마 전에 예전의  여자 친구로부터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서 때마침 전화가 

걸려 왔길래 반가워서 "식사라도 하러 가자"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농담하지 말

아요. 지금 셋째  아기가 뱃속에 있어서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구요"하고 가볍게 

거절했다. 자유업이라는 것도 그 나름대로 상당히 어렵다. 올림픽하고는 별로 관

계없는 이야기지만.



200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