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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책읽기

[임어당, 생활의 발견]



생활의 발견(완역)

저자
임어당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11-04-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 책은 일종의 생활철학, 즉 인생 60, 이 짧은 생애를 어떻...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을 내가 중고등학교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내 인생에 큰 지침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면서

어찌보면 내가 이 나이에 읽기에 이만큼 공명의 기회가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퇴근길에 주말에 짬짬이 읽어면서 대략 2주 반에서 3주 정도 소요되면서 다 읽었다. 처음엔 전자책으로 읽다가

결국엔 점심시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현재 나온 출판사별 판본을 이것 저것 비교해 보고, 결국엔 범우사 판으로 골랐다.

이유는 가장 완역본에 가깝다는 점과 한자를 많이 병용했다는 점...


임어당(린위탕(林語堂: 임어당, 1895년 10월 10일 ~ 1976년 3월 26일)은 중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이다. *출처:http://ko.wikipedia.org/wiki/%EB%A6%B0%EC%9C%84%ED%83%95)

이 사람은 중국 본토에서 나고 자랐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목사가 되는 교육을 어릴때 부터 받다가 미국과 독일에서 유학을 하였다. 중국 본토의 대변혁의 시기 (공산당 혁명, 문화대혁명, 그리고 목사의 아들)를 살면서 중국의 사상과 서양의 사상에 모두 심취하였다. 어찌보면 기독교를 위시한 서양교육부터 배우고 나중에 스스로 기독교를 버리고 중국 사상으로 돌아온 케이스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사람의 논리와 주장은 나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5천년의 역사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5천년의 역사는 뿌리째 뽑혀져 나간 폐허 위에 일제 시대 이후 급격하게 자본주의와 함께 들어온 서양-일본 제국주의-문화속에 우리네 정서도 엄청난 혼란을 느끼고, 소위 공맹을 말하는 학자들은 모두들 땅속에 묻히거나 쫒겨 나가고 새로운 세상에 아첨하는 기회주의자 위주의 한국 재벌식 자본주의 세상에서...기껏해야 이제 우리네 정신문명의 역사는 100년 안팍(일제 강점기 전후를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땅위에 얼마나 많은 가치관과 문명이 그 뿌리와 요체는 잊은체 아전인수격 해석판(해적판)만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버린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지, 우린 정말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모두 자본주의의 광고속에서나 허황된 모습으로 볼 뿐이고 이를 정확히 짚어 생각해 볼 능력마저도 뒤틀린 사회구조속에 다 잃어 버리고 만 것이다.


임어당의 모든 논리가 정확히 옳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태어 나서 살고간 시대(거의 우리와 동시대인이라고 해도 될 듯), 그리고 그의 인생의 여정(특히 기독교에서 개종한 것)을 보면 이 사람의 나름의 혜안에 깊이 공감 할 수 밖에 없다.

그의 논리는 분명히 동양적 철학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를 그냥 공맹이나 노자, 부다만의 설명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기독교적, 또는 반기독교적 바탕을 깐 풍부한 서양문명의 언어로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래서 동양이 오히려 더 쉬워진다.(묘한 역설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보더라도 그럴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암튼 이제 한번 읽었으니 틈틈히 다시 또 읽어 봐야 겠다. 


오늘은 이 책중에서 한부분만 옮겨 적어 본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호의를 구걸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존심이 강하고,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남에게 메이지 않고, 자주적이면 세속적인 성공을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나치게 현명한 사람들이다. 

....필연적으로 훌륭하게 소박한 생활을 즐길수 있는 사람이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세속적 성공을 고고하게 백안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개 잠시 관직에 있었으나, 하찮은 일에 머리를 쓰고, 밤낮 머리를 조아리거나 동료관리들을 보내고 맞는 생활에 그만 진절머리를 내다가 끝내는 깨끗하게 관직 생활의 무거운 짐을 벗어 놓고 현명하게도 은둔 생활로 돌아 갔다.

 ....한적한 생활을 즐기는 데에 돈은 필요하지 않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 한적한 생활의 참다운 즐거움은 부유한 계급이 독차지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만 부귀를 가장 냉소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소박한 생활을 사랑하고 돈버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윤택한 정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생활을 즐기려고 결심한 사람에게는 즐길 수 있는 생활은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만일 이 지상의 생활을 즐길 수가 없다면 그것은 인생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며, 평범한 그날 그날의 생계에 빠지는 것을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인간의 실생활에 적의를 나타냈다고 해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일에만 떨어지는 것을 모과하기에는 노자의 인생애는 너무나도 정이 깊은 것이어서 속세의 생활을 버릴 것을 가르친 것이다.........."

(한적한 생활의 예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