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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책읽기

[좀머씨 이야기,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8-05-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책은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 씨의 기이한 인생...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 1949년 3월 26일 독일 ~ )는 독일의 소설가


중편정도 분량의 이야기


쥐스킨트의 소설로는 [향수]에 이어 두번째다.


제목으로 보아서는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실은 좀머씨가 돌아 다니면서 살고 있는 동네에 살던 바로 자신의 어린시설에 대한 회고, 또는 자신의 유년시설 성장 이야기에 가까운 듯 하다.


일단 좀머씨는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실은 그 마을(및 이웃 마을에게까지)사람들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는 항상 기다란 지팡이를 짚고 등에 작은 가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닌다.

일년 내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더우나 추우나...그의 모습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도처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오기 전엔 무슨 일을 했는지, 왜 그렇게 걸어 다니는지,심지어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마저 거의 없다.

그 사람은 밀실 공포증이 있어서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가 밤 늦게야 자신의 집으로 가서 잠깐 눈만 붙이고는 새벽에 다시 나와서 걷기 시작한다는 것이 사람들이 나는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알면서도 정작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아주 키가 작고 연약하지만 감수성이 가득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년이었다. 나무타기를 좋아하고...

엄하지만 가정적인 아빠와, 엄마, 형, 누나와 함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나중에 피아노도 배우고, 한 반에 여학생을 짝사랑 하기도 하고...

피아노 학원에서의 에피소드가 너무 우스워서 그 부분만 영화나 만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 XX라는 노처녀 선생에게 배우는 피아노 레슨.. 하필이면 그날 여러가지 일들이 꼬여서 엄청난 꾸중을 듣고 홧김에 죽어 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날...

바로 그날 나무 위에서 좀머씨가 '서 있는'모습을 보게 된다.


좀머씨와의 처음 만남은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 치던 날, 아빠와 차를 타고 가다 길가를 걷는 좀머씨에게 태워주겠다고 이야기 하고 거절 당한 날이고

이번 나무위에서의 조우가 두번째 만남이고

그리고 세번째 만남은 좀머씨의 부인이 죽고 혼자 살던 그가 아마도 자살 하는 밤이었던 듯...평소 걸음걸이처럼 강속으로 걸어 들어가 버리고

그는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


물론 '나'의 이야기 였지만.

조금씩 자라면서 세상을 알게 되어 가는 나의 눈에 비친 좀머씨의 모습은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된다.

물론 자라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도 틀려 졌으리라...


하지만 진작 좀머씨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는 전혀 알려 주지 않는다. 

아마도 전쟁중에 어떤 대 혼란을 몸소 겪고 마치 숨어 사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는 마을로 이사와서 '갇혀'있기 싫기에 하루종일 걸어 다니고

그리고 '자신을 내버려 두기'를 원하기에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지나쳐 갔던, 한 쓸쓸한 남자의 이야기....

아마 '나'의 머리속에는 그가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평생 동안 틈틈이 비춰 질거라고 생각된다.


어떤 사람들은 좀머씨의 입을 빌어 작가 쥐스킨트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내버려 둬 달라'고...

정작 좀머씨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별로 보이지 않는거 같다. 난 정말 궁금해진다. 같이 따라 걸어면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

언젠가 그가 지팡이를 짚고 저 멀리 길 모퉁이를 돌아 이쪽으로 걸어 오는 것이 보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