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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끄적/사진에 대하여

사진의 즐거움에 대하여

 

사진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사진을 하면서 언제 즐거울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사진의 즐거움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싶다.

첫째,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어딘가에 가서든지 아니면 일상생활중에서 불현듯 떠오른 영감에 의해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어 샷을 날리면서 피사체 또는 그 피사체가 몸담고 있는 즉 내가 그 속에 있던 그 장면의 느낌을 즐기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어떻게 표현해 낼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쉴새 없이 퍼부어대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나의 표현의 답을 찾아 가면서 고르고 절제하고 때론 기다리며 또는 순간의 느낌에 의지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둘째, 사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다.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또 그 필름으로 인화를 하면서 다양한 희열을 느낀다. 내가 찍었던 그 장면에 대한 느낌을 최대한 떠올리면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예술형태와는 아주 다른 사진만이 갖는 행위이며 또 그에 합당한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약품을 고르고 타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때론 나만의 노하우에 맞추어 ‘틀림없이’현상을 하고 – 그러면서도 아주 작은 변수들(온도나 약품의 희석도, 때론 반복된 현상에 의한 약품의 피로도등…)에 의해서 ‘잘못’현상될수도 있고 때론 아주 마음에 드는 현상필름이나 인화물을 얻을수도 있게 된다. – 암실에서 인화를 하는 과정등은 이루 말할수 없는 즐거움이다. 필름을 보고 어떤 것을 인화할 것인가를 고르고 또 인화작업에 들어가서도 다시 고르면서 톤을 맞추고 다시 해보고 때론 어이없는 실수로 – 실로 다양한 실수가 나온다, 왠만한 실수는 다 해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처음 접해보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물론 반복되는 실수도 다반사 이기도 하지만...

셋째, 나온 최종 인화물을 보면서 감상을 하는 단계다.

단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감상’의 부분밖에 모를수도 있고, 심하게 말하면 이 인화물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현상 인화한 것이 아니냐, 이 인화물만이 전부다 라고 말할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사진이이라는 창작행위를 하면서 가질수 있는 세번째 또는 1/3의 즐거움의 하나이다. 암튼 그렇게 만든 한장 한장의 인화물을 즉 사진을 보면서 커피한잔, 담배 몇가치를 소비하는 시간은 즐거움 그 자체다. 아쉬운점도 보이고 때론 대견스레(^^;) 생각되기도 하면서 한장 한장 만든 사진들은 어쩌면 그냥 묻혀져 버리는 시간들에서 하나 하나 골라내어 통에 담겨 있거나 때론 사진첩에 정리되어진 기억의 정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사진을 혼자 감상하는 즐거움도 색다르고 각별하지만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보여주면서 그 사진에 대한 설명도 하고 또 그 사진에 대한 독자의 코멘트를 듣고 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점, 느끼지 못하고 간과 했던 점 이런 것을 능수능란한 말속에 때론 어눌한 말속에 아주 분명히 지적되는 것은 앞으로의 사진에 대한 방향이나 방법의 문제에 대한 수정의 피드백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