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서면, 거리는 달라 보인다
평소에 길을 갈때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물들, 사람들 그 대부분은 보고 느낌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고 바로 몇초전의 일들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그 길이란 곳이 목적지나 목적물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다. 다만 어디론가로 가기 위한 거추장 스러운 방해물에 지나지 않기에...  

간혹 그런 무의식을 뚫고 들어오는 대상에 대해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한번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마치 소리가 들리지 않는 TV를 보는것처럼, 오로지 사고의 중심에는 어디로 어떻게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든가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상념으로 머리속이 복잡할뿐 지금 가는 이 길에서 함께 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은 전혀 존재치 않거나 존재한다 치더라도 단순히 비켜갈 대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서면, 더이상 이 거리가 그냥 통과하는 무성영화의 의미없는 장면의 연속에서 벗어나, 총천연색에 7.1채널의 완벽 사운드를 갖춘 라이브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수많은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고 있고 수많은 출연자들이 자신의 삶의 드라마를 연기 하는 것이다.

감정의 격정에 휘날리는 출연자는 찾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감정의 흐름을 가지고 있고- 기쁘거나 슬퍼거나 시무룩하거나 따분해 하거나 붕붕 떠 있거나 - 다양한 외모, 연령대, 사회 경제적 지위 그리고 그 모든것이 서서히 변해간다는 데에서 바로 이 거리가 연출하는 영화의 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의 걸음걸이, 옷차림, 말투, 그리고 오가는 대화, 소리지름, 웃음, 그리고 무엇인가 끊임 없이 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역할행동 - 사고, 팔고, 기웃거리고, 따분해 하고, 흡족해 하고,.....-들을 차분히 관찰 하면서 사람들의 작은 역사들을 추론해 보는 것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사람들도 재밌는 관찰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물들 또한 제각기 다른 주인이나 이용자의 손을 거쳐서 각양각색의 빛깔과 질감 형태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이 모든 사람, 사물들의 관계성 속에서 빛과 이합집산이 만들어 내는 장면들을 관찰하면서 한장 한장 그 내용들을 사진속에 담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한장 한장  'still ' 사진이긴 하지만 그 속의 내용은  'story '가 되는 것이다.

결국 사진은 인생의 모습을 담게 되는 것이다.   그 속에 사람이 있건 없건, 사람의 손이 간 사물이 있건 없건 간에 결국은 사람의 생각이, 또는 생각의 모습이 담겨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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