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어도, 전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TV를 켜도, radio를 켜도, 신문을 펼쳐도, 잡지책을 넘겨도 넘쳐나는 광고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spam mail을 통해서도, 온통 광고 투성이다. 제각기 서로 무언가를 사라고 한다. 무엇인가를 바꿔라고 그러고 끊임없이 우리의 지출을 요구하며 저마다 아우성이다.

광고의 형태는 다양하다. 모든 사물의 표면위에서 그리고 소리로, 색으로 사람들의 자극을 건드린다. 한때는 광고가 재밌을 때도 있었다. 지금도 실제로는 잘 만든 광고를 본다는 것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정말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을 상기 시키는 것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광고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 외의 대부분은 한결같이 바보스럽고 몰염치하거나 유치하고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광고는 그 상품에 대한 구매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본디 그 태생의 근원이다. 따라서 구매충동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 광고의 도덕성은 솔직히 어떤 법으로도 제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는 그 기작이 바로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엔진일 것인데 이 엔진의 구동에 바로 제동을 거는 것은 이 사회의 몰락을 말하는 것이리라. (비록 그 후에 도래할 사회가 더 살기 좋은 사회일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이 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이기에 모든 계층이 반대를 하는 일이다) 광고의 도덕성,예술성,계몽성,humanism등의 플러스적인 측면은 오로지 광고주와 광고 제작자의 양심에 좌지 우지 될뿐이다.

광고는 이리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일까. 난 이것을 총체적으로 ‘환상’이라고 규정한다. 우리의 허영심을 자극하고 환상을 보게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세상은 광고 안의 세상과, 광고 밖에서 그 광고안의 세상을 닮고 싶어 안달이 난 세상, 두가지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광고안의 세상은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의 모습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얼짱에 몸짱에 총명하고 부유하고 그냥 일은 하지 않고 누리기만 하는 사람이다. 지난주에 전화로 받은 집주인의 전세값 올려 달란 말에 고민이 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나 상사에게서 욕을 얻어 먹고는 밤세워 술마시면서 인생을 개탄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실패자다... 이 상품을 쓰고 저 카드를 사용하고 저 옷을 입고 이 신발을 신고 이 차를 몰고 그 아파트에 살아야 행복한 것이다.

그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것은 어쩌면 매스미디어라는 것의 폐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광고야 말로 매스미디어의 장남이고 가장 충실한 심복이고 후견인인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런 저런 것을 계속 사고 가지고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오늘도 개같이 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즐거운 일도 있지만 광고안의 세상의 견지에서 보면 살기 위해서 뼈빠지게 일한다는 것은 전혀 말도 안되는 것이다.

한달내내 일해서 받은 월급이 월급 수령후 불과 몇시간만에 카드값, 애들 유치원비, 아파트 관리비, 생활비, 보험, 부모님 생활비등으로 휙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면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한 이정도의 소비를 해야 하고 그 소비를 위해서는 이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소비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를 위한 소득. 가까운 미래, 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대한 염려도 해야 한다.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ㅠ.ㅠ

그래서 이 땅의 모든 활동가능한 국민들은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되고 또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악착같이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이 고도 자본주의 사회는 거침없이 미래를 향해서 돌진할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월급과 카드사이에서 끼어서 허덕이는 단세포 동물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이것이 모두 넘쳐나는 광고 때문만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첨병에 광고가 있고 광고라는 주사기로 우리도 모르게 마약을 우리 몸속으로 주입당하고 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광고는 없어져야 한다.(아무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을것이다. 실재로 나도 그것이 가능할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최소한 아름다운 거리를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인터넷을 위해서라도 다만 일부라도 광고는 없어져야 되고 그 광고의 해악을 정확히 직시할수 있는 눈을 스스로 기를수 밖에 없다.

가로에 면한 쪽으로 아름다운 창이 있고 작은 커피잔 모양의 사인물이 예쁘게 매달려 있으면 된다. 아름다운 음악과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커피가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커피숍에 가본 사람들에 의해서 조용히 알려지면 되고 어쩌다 우연히 들어가본 바로 그 곳이 맘에 들어서 조금 멀더라도 그곳까지 가서 커피를 마시게 되면 되는 것이지 이 곳이 커피점이라고 건물의 한면을 울긋 불긋한 전면광고판으로 채우고 네온으로 반짝이게 하고 전화번호를 대문짝만하게 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 그냥 유치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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