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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 Theme/개와 고양이와 동물들

Julie




이 친구의 이름은 'Julie', 내가 있던 현장(2013년 하반기에 몇달 동안 알제리, 알제에 있는 현장에 파견 근무를 나갔었다)에서 함께 사는 5마리 개들중의 하나였고 아마도 그 중에서 우두머리 역할이었던거 같다.

2년 전쯤에 우연히 현장으로 흘러 들어온 암캐가 낳은 한배에서 나온 녀석들이었고, 특히 이 친구는 어릴때 현장에서 차에 다리를 치어 살짝 다리를 절었다. 이 친구는 붙임성이 좋아서 현장 노동자들에게 사랑의 대상이었다. 낮에는 주로 현장 사무실 근처에 있다가 밤에 직원들이 퇴근할 때 쯤에는 숙소로 함께 가서 잤다. 밤에 다른 개나 낮선 사람들이 오거나 하면 큰 소리로 짖기에 훌륭한 경비견이었기도 하지만 너무 크게 많이 짖는 바람에 몇번 다른 현장(현장이 워낙 커서 세개의 공구로 나누어 진행 되고 있었다)으로 귀양 보내 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침이면 내가 맡은 공구의 아침 체조 시간에 꼭 따라 와서 체조 하고 아침 작업준비를 하는 동안 곁에 있곤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특히 한국인 노동자들을 좋아 하였다(왜 그랬을까? 그때도 지금도 생각해 본다). 나도 왠지 기품 있어 보이는 이 친구가 좋기도 하였다. 내가 현장점검을 한다고 현장을 돌라치면 어디선가 슬쩍 나타나서 나의 곁을 따라 왔었다. 그렇게 몇달을 함께 있다 보니 정도 들었고.


이 사진은 알제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 바다는 지중해, 그리고 저 멀리 삐죽이 바닷가로 내민 육지의 끝이 Kasbah.

비가 한 두 방울씩 흘날리는 흐린 날. 바닷가 현장을 돌아 보다가 방파제 끝쪽에서 이 친구를 찍은 사진.  며칠 후에 난 귀국했다.


몇 달 뒤 현장 직원들에게서 이 친구가 결국 현장에서 차에 받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이제 다시 그곳을 찾아 가도 나를 알아 보는 개가 존재치 않게 되었다는 사실도 슬펐다. 

북아프리카이고, 그냥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길개', 딱히 종자를 추적해 나가기도 힘든 아주 많은 혈통의 Mixture겠지만, 근사한 체격을 보면 왠지 파라오의 무덤에 나오는 죽음의 신의 후예(?)일거 같기도 하고, '길개'주제에, 다리도 저는 주제에 '품위'를 가진 행동 거짐은 섣불리 대할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의 그 짧은 알제리 생활동안 나와 함께 했던 이 친구를 생각하며 이 사진을 나의 블로그에 걸어 본다.


201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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