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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조금씩배워보자/동서고전 200선

E13 – 마의 산 (Der Zauberberg, The Magic Mountain) /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E13 – 마의 산 (Der Zauberberg, The Magic Mountain) /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출전: 동서고전 200선 해제3 / 반덕진 / 가람기획)


 스위스의 한 폐결핵 요양소를 무대로 1차세계대전 직전에 내부적으로 열병을 앓고 있던 서구의 정신상황과 시대의 문제를 풍부한 성찰과 반어로써 표현했다. 생과 사의 중간에 존재하는 폐쇄된 세계인 <마의 산>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정신적 성장을 이루어나간다. 이 작품은 낭만주의적 보수주의적 휴머니즘에서 사회적 휴머니즘으로 발전해가는 작가의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


a. 예술가 집안에서 성장

 릴케, 카프카와 함께 현대 독일문학의 3거두로 평가되는 토마스 만, 그는 독일 북구 뤼베크의 부유한 상인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으로부터 냉철하고 명석한 기질을, 그리고 남미 출신인 포르투갈 계 모친으로부터는 섬세한 감수성과 예술가적인 기질을 물려받았다. 만의 이러한 출생 배경 자체가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묘사 기법인 <이중성>을 잘 암시해주고 있다. 그의 형인 하인리히 만도 소설가 겸

평론가이며, 그리고 누이동생 중 한 사람도 여배우가 되는 등 예술가 집안이었다.

 16세 때 부친의 죽음으로 예술과 문학의 중심지인 뮌헨으로 가서 한때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나, 곧 사퇴하고 문학지망을 선언한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1년 동안 독서에 전념한 후, 1900년 집안의 역사를 다룬 장편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Buddenbrooks (Buddenbrooks – Verfall einer Familie)>을 출판하여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된다. 그후 자신의 내부에 흐르는 예술가적 기질과 시민적 기질의 융합문제로 고뇌하다 3년 후 주옥같은 단편 <토니오 크뢰거>로 이를 정리한다. 즉, 오랜 정신적 편력 뒤에 평범한 인생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의 예술을 고귀하게 만들려고 결심하는 청년시인 토니오 크뢰거를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의 자화상을 묘사했다.

 1905년(30세) 뮌헨 대학 교수의 딸과 결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고, 3남 3녀의 자녀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행복한 생활상은 1909년 발표된 <대공 전하>에서 암시된다. 1912년(37세) 카챠 부인이 병에 걸려 스위스의 다보스 요양원에 입원한다. 간병차 거기서 3주일을 지낸 만은 그 고원 요양소에서의 견문을 바탕으로 단편소설을 구상하는데, 결국 12년 후에 장편 <마의 산>으로 출간된다.

 1914년에 일어난 1차대전은 그에게 열렬한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형과 몇몇 작가들은 전쟁을 유발한 독일에 대해 비판을 한 반면, 만을 <프리드리히와 대동맹>과 <비정치적인 인간의 고찰>을 발표하여 독일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서 그는 밀려오는 민주주의 물결로부터 독일문화의 전통을 옹호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만의 사고방식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었고, 그는 이 싸움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방식의 오류를 깨닫고 정신의 고귀함과 민주주의를 화해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성 탐구의 고된 작업이 다시 계속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가령 <독일 공화국에 대하여> <괴테와 톨스토이>같은 논문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상적 변화의 표현이며, 그리고 그것이 문학작품으로 열매를 맺은 것이 <마의 산>(1924)인데 이로 인해 1926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다.

 1933년 히틀러의 집권으로 암흑사회로 변하자 그는 결연히 히틀러와 결별을 선언하고 10여 년의 망명길에 올라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나치즘을 비판했다. 1938년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프린스턴 대학의 객원교수가 되고 <다가올 민주주의의 승리에 대하여>라는 강연과 <유럽에 고한다>는 논문을 통해 그는 이제 위대한 민주주의자로 변모하게 된다. 문학적으로는 독일의 국민성이나 문화의 특질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 장편 <파우스트 박사>라는 과거의 독일문화에 대한 심각한 비판서를 남겼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는 야만은 있어도 문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독일의 문화는 미국 등지에 망명한 예술가들에 의해 보존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1952년부터 반공정책으로 돌아서자 스위스로 돌아왔다. 1955년(80세) 실러 150주기 기념강연을 통해 독일통일을 염원하는 <실러 시론>을 남기고 몇 달 후 운명했다.


b. 양면성의 조화 추구

 토마스 만은 독일문학사상 전환점에 선 작가다. 그가 태어난 1870년대는 독일에서 자연주의 문학이 날카로운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새로운 문학양식이 대두되던 때였다. 낭만주의도, 피히테의 철학도, 프랑스 혁명의 열정도 이제는 시들고 말았다. 과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숨가쁜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독일문화 전통의 막바지 인물인 그를 계기로 독일의 문화는 집대성되고 반성된다. 작가 자신이 독일문화의 장점과 단점을 자신 속에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니체, 쇼펜하우어, 바그너가 그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여러 이질적 요소를 모두 자기 속에 용해시켜 자기 나름대로의 운명관 속에서 독일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켰다.

 그를 생각할 때 우리는 그의 숨막히는 고뇌와 그 심연을 건너려는 진지한 노력을 상기한다. 질식할 듯 무거운 19세기 말의 분위기 속에서 한 가닥의 구원을 모색하는 데 그만큼 정성 어린 노력을 기울인 작가도 드물다. 그러므로 그의 인생은 정지된 생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생성의 길이었다. 80년에 걸친 그의 일생은 참으로 완성을 위한 인내의 길이었다.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그가 공통된 주제, 즉 예술과 생활이라는 문제를 계속해서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진부하고 동일한 관점에서 시작해서 동일한 결말로 이끌어 간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문제는 작가 토마스 만의 인간적인 성숙과 더불어 점점 더 성숙되어갔던 것이다. 초기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구원할 길 없는 우울과 환멸감은 점차 만년의 작품에 이르러 조화와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가 즐겨 다루던 주제는 생과 사, 정신과 삶, 감정과 이성, 예술과 생활, 현실과 이상의 모순된 두 세계로, 이러한 양면성의 조화를 추구한 사람이 만이었다. 이것은 넓은 의미로 본다면 독일문학의 특징으로 볼 수 있지만 특히 토마스 만에게는 일생을 바친 불가사의한 문제였던 것이다.


c. 당대의 인간과 사상을 폭넓게 다룬 작품

 이 작품은 스위스의 한 결핵 요양소를 무대로 제1차 세계대전전 내적으로 앓고 있던 서구의 정신상황과 시대의 문제를 풍부한 성찰과 반어로 표현하고, 연금술적 신화적 요소 등을 도입한 상징적이고 정교한 구성으로 발표되자마자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의학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함부르크 가의 명문 태생인 한스 카르토르프는 스위스의 다보스에 있는 요양소로 사촌 형 요아힘 침센을 문병하기 위해 3주간의 체류 예정으로 간다. 한스는 대학시절에 조선기술에 대하여 공부를 했고, 앞으로는 실습만 남겨두고 있었다. 양친을 일찍 여의었으나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마의 산>은 세속적인 일상생활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삶과 죽음의 중간에 존재하는 폐쇄된 세계다. 그런데, 그곳 원장으로부터 그도 요양할 필요가 있다는 선고를 받고 7년간이나 <마의 산>근처에서 머물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병 때문에 머물게 되었지만, 점차 고원지대의 분위기와 병에 대한 묘한 친근감 때문에 계속 머물게 된다. 거기서 그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즉 서구적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제템브리니, 신비적 교회주의와 죽음을 상징하는 예수회 수도사인 나프타, 원초적인 사랑을 가르치는 러시아 여성 쇼샤, 본능적인 감정으로 사는 걸물 페파코른 등은 정신적 백지 상태인 한스를 다양한 색깔로 물들인다. 그런 가운데서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특히 한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클라우디아 쇼샤라는 러시아 귀족부인으로, 그녀는 자신의 병과 자유를 바꾸어 얻었으며, 일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여인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남편을 본 사람은 없었고, 이곳 저곳의 요양원을 떠돌아다니는 것으로만 추측되었다. 한스는 축제가 있던 날 밤에 그녀에게 접근해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쇼샤 부인은 그 다음날 그곳을 떠난다.

 젊은 한스나 요아힘 침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이탈리아 학자인 제템브리니로 그는 19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의 특징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진보적인 사고와 계몽적인 교육관을 지니고 그들에게 역설했다. 사촌인 요아힘은 한스와 다르게 그가 복무하던 군으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어느날 원장의 경고도 무시한 채 하산했다가 병이 악화되어 다시 입산했다. 그는 입산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만다. 한편 제템브리니는 완치의 가능성이 희박하여 근교의 마을로 세들어 이주한다.

 같은 숙소에 있던 예수회 수도사 나프타는 불행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유태인으로, 학문이 뛰어나 고아의 처지에서 예수회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나 결핵으로 쓰러져 요양중이었다. 그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원시 크리스트 교의 원시 공산제도를 옹호한다. 이에 대하여 한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나 차차 제템브리니와 나프타 사이의 관념적 대립에 말려들게 된다. 그러나 두 관념적인 극단과 투쟁에 많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한스는 스키를 타던 도중에 눈보라를 만나 생사의 위험을 겪게 되는데, 이때 그는 비로소 <죽음의 모험은 삶 속에 있으며 그것이 없으면 삶이 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사의 세계를 경험한 한스는 죽음에는 어떠한 사상도 개입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생과 미래에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이 부분이 소설의 절정이다.

 마침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자, 한스는 하산하여 전쟁터로 나간다. 그는 포탄이 어지럽게 낙하하는 가운데 요양원에서 불렀던 죽음을 초월하는 삶의 노래인 <보리수>를 부르며 기꺼이 전쟁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가 전쟁에서 죽었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 작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렇듯 이 소설은 죽음과 과거, 그리고 관념에만 얽매여 있던 주인공이 삶과 미래에 봉사하는 사회적 휴머니즘으로 향해 가는 정신적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d. 생사합일의 인간형 제시

 이 작품은 만의 일생의 문제인 <생과 사>라는 거대한 주제가 방대하게 펼쳐진 작품이다. 그가 마의 산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관능적인 사랑을 가르치는 러시아 여인 쇼샤, 그를 세속적인 세계로 돌려보내려는 합리적 계몽주의자 제템브리니, 금욕적인 수도사 나프타, 그리고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감정에 충실할 것을 권고하는 페파코른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의 행태는 정신적 백지 상태의 청년 한스에게 생사의 문제, 인생에 대한 여러 문제를 보여줌으로써 그를 혼란과 고민으로 몰고간다. 특히 나프타와 제템브리니의 집요한 논쟁, 즉 진보와 이성의 편에 서느냐, 반동과 독재의 편에 서느냐를 한스에게 강요하는 이 논쟁은 1차세계대전이 임박한 유럽 시민사회의 심리적정신적 상황을 부각시킨다.


e. 생사의 합일점

 그런 후 어느 날 한스는 눈보라로 조난을 당하게 되는데, 이 고립을 통해 죽음이란 삶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포용되고 통일 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삶과 죽음 등 대립적인 요소들을 합일시켜 이해할 수 있는 인간형은 독일 시민사회의 붕괴라는 위기 앞에 그가 내놓은 새로운 인간형이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시민계급의 붕괴직전의 안일을 고발하고 있으며 세기말적인 시민사회의 공허감이 이렇게 처절하게 표현되고 유럽사회의 붕괴과정이 이렇게 명료하게 표출된 작품도 흔치 않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내면의 기록, 다시 말해 자아와 의식의 발전과정을 눈앞에 그려보게 된다. 만은 이것을 뛰어난 상상력과 직관으로 훌륭히 묘사하고 있다.


f. 생에 대한 긍정

 주인공 한스가 요양소에서 인간생존의 비밀을 깨닫게 되어 산을 내려와 현실 속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부분은 결코 우연한 사건진전의 과정이 아니다. 생의 의미를 망각케 하는 음울한 마의 산에서 그가 속되고 원시적이며 초라하지만, 그러나 생명력이 넘치는 아랫세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은 실로 토마스 만의 생애와 작품의 발전과정에 있어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즉 <토니오 크뢰거>,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등의 초기 작품에서 거의 허무주의로까지 발전할 뻔했던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통해 생의

성숙기에 들어서서 다시금 생을 감격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갈등의 극복이며 토마스 만의 승리다. 자기 부정, 자기 배반, 갈등의 청년기를 지나 이제 그는 죽음에 지배되는 무력한 고립이 아니라, 불타는 생의 이념에 봉사하는 적극적인 정신으로서의 니체적인 생의 긍정이라는 이념으로 돌아와 궁극적으로는 생에의 참여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만이 보여주는 세계는 어떤 청년의 산상생활에서의 내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전 유럽 세계를 그 속에 투시하고 있으며, 주인공 한스가 생의 새로운 인식을 얻고 평지에서 일어난 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으로 과감하게 참여하기까지 7년간의 영혼의 기록은 결코 주인공 한스의 내면의 기록이라기보다는 19세기 말의 퇴폐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생의 긍정을 모색하려고 몸부림치던 당시 유럽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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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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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魔의 山; Der Zauberberg, 1924년)은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이다. '사회적 휴머니즘'이라는 토마스 만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토마스 만의 사상 전환과 관련하여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초기의 대립적 인생관을 극복하여 대립에 지배당하지 않고 역으로 대립을 지배하고 전진하는 것이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방식이라는 사상을 제기하였다.[1] [2] 해석의 관점에 따라 교양소설, 시대소설, 시간소설, 성년입문소설 등으로 분류된다.[3]


'마의 산'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요양원을 상징한다. 제1차 세계 대전 전에 시민사회가 끝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로서 토마스 만이 전통적인 문화와 사회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데 사용한 이미지는 요양원의 세계이다. 요양원의 모습을 통해 한 문화 전체가 몰락하는 것을 묘사하고,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개인적 삶을 통해 시민적 주체가 사라지는 것을 형상화한다.


집필 동기[원본 편집]

1912년 토마스 만의 배우자 카티아가 폐렴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 다보스의 요양소에 입원했을 때 토마스 만이 문병을 가 3주간 그곳에서 체재하면서 얻은 체험을 토대로 쓰여졌는데, 제1차 세계 대전이 중도에 발발했기 때문에 집필에 12년이 걸렸다.


《마의 산》은 죽음에 대해 전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23세의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가 죽음을 대면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문장에 나타나 있다. 토마스 만은 이 문장만 이탤릭체로 표기했을 정도로, 잔인한 현실 앞에 이상을 저버리지 말자고 힘주어 주장하였다.[4]


줄거리[원본 편집]

23세의 상인 카스토르프는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다보스의 요양원에 있는 사촌 형제 요아힘 침센을 문병 갔다가 그곳 의사에게서 흉부 질환이 있음을 주의받아 7년간 요양원 생활을 하게 된다. 생명의 위험이 예보(豫報)된 사람들의 사회는 반대로 생에 염증을 느낀 세계이기도 하다. 남이 하는 짓을 흉내내고, 심령술(心靈術)이나 우표수집 등의 놀이가 무질서하게 유행한다.


공기도 희박한 산악 세계의 고원에는 전 유럽에서 유복한 환자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독일 등지에서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 오지만, 다른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들에게도 머지않은 장래에 동일한 운명이 닥칠 것이라고 예감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죽음에 이르지 않은 사람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안정을 취할 뿐이다. 그것은 죽음과 다를 바 없다.


요양원에서의 일상은 본질적으로 네 가지 일로 제한되어 있다. 먹고, 대화하고, 누워 있고, 치료를 받는 일 등이다. 하루 중 다섯 번 하게 되는 풍성한 식사는 일곱 개의 식탁이 갖추어져 있는 식당에 차려지며, 요양객들은 그곳으로 모여든다.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 중에서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내면 성장을 위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로서 제템브리니, 나프타, 쇼샤, 페페르코른 등을 들 수 있다. 각 인물의 등장 시점과 역할은 다르다.


제템브리니는 합리주의자이며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문주의자이다. 그는 '육체는 바로 정신'이라는 일원론자로서, 본질적으로 죽음의 세계에 친근감을 느끼는 카스토르프를 이성과 진보의 믿음이 존재하는 의무와 일의 세계인 평지 세계로 되돌려 보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쇼샤는 키르키스인 눈처럼 회색을 띤 매력적인 푸른 눈과 관능적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으며 질병과 죽음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카스토르프가 산상 요양원에 입원한 지 7개월 후 사육제 날 저녁에 쇼샤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그녀는 그 이튿날 요양원을 떠나가 버린다.


나프타는 예수회원 교도이며 허무한 반자본주의자이다. 육체를 타락되고 부패한 것으로 생각하고 건강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보며, 오히려 병과 죽음을 찬양한다. '육체란 자연이며, 그 자연은 정신과 대립된다'고 하는 이원론자로서, 진보주의자 제템브리니와 자주 충돌하고 논쟁을 벌인다.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미래만을 희구하는 이상주의자 제템브리니와 광신적으로 신의 나라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나프타는 갈등하며 결투를 벌인다. 나프타는 제템브리니의 휴머니즘의 허위성을 반박하다가 결투장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페페르코른은 커피 재배업자로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대표하고 있는 인물이다. 요양원을 떠났던 쇼샤와 함께 요양원에 등장하였다. 건강과 삶을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인물로서, 제템브리니와 나프타를 왜소하게 만들고 쇼샤의 위험성을 줄여주며 카스토르프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요아힘 침센은 병이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요양원 생활에 지친 나머지 하산해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사촌 형제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카스토르프는 요양원 생활의 단조로움과 무기력함을 부끄럽게 생각해 스키를 배울 결심을 한다. 몇 차례의 연습을 통해 스키를 탈 수 있게 되고 그러다 어느 하루 스키를 타고 흰 눈이 덮인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고 눈보라에 갇혀버리게 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카스토르프는 꿈을 꾸는데, 시간을 잊어버리고 몽환의 상태에서 어떤 경계 지역에 도착한다. 그곳은 삶과 죽음, 각성과 꿈, 문화와 자연, 시간성과 비시간성 사이의 중간 지점이다. 시간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눈으로 뒤덮인 요양원의 세계, 지향점을 찾는 카스토르프가 겪는 혼란, 형식들의 해체, 삶과 죽음의 근접성, 지속적으로 해체되는 인간의 존재 형식을 나타내는 표지로서의 시간 개념의 상실이다.


카스토르프는 병과 죽음이 지배하는 요양원에서 하산하고 현실적 삶으로 방향을 돌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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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서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보리수 껍질에다

사랑의 말 새겨 넣고

기쁠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그곳을 찾았네


나 오늘 이 깊은 밤에도

그 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꼭 감아버렸네.


나뭇가지들이 살랑거리면서,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네.

“친구여, 내게로 오라.

여기서 안식을 찾아라!”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세차게 때렸네.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돌아보지 않았네.


이제 그곳에서 멀어진 지

벌써 한참이 되었네.

그래도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 들리네.

“친구여,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

-<겨울 나그네>, 빌헬름 뮐러, 김재혁 옮김, 민음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