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4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집(Mccurry Steve / South south East)을 보았다...
일체의 가감없는 현실들이 그대로 사진으로 살아 있었다.
슬픔, 가난, 공포, 무표정, 즐거움,....그리고 거리....
플래쉬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어쩌면 노출타임때문에 포기 했을것 같은 상황에서마저 그는 차분히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그 때 그 시각 바로 그 빛을...
인디아, 타이, 버어마, 아프가니스탄,....
타지마할의 사진이 그렇게 가슴시리게 다가온적이 여태 없었던것 같다.
작은 수로를 가는 나룻배위에 이쪽으로 등을 보이고 노젓는 남자, 그리고 바로 앞에 나를 향해 커다란 눈망울을 하고 바라 보는 소녀의 사진.....
그리고 표지사진으로 쓰인, 빗물 어린 차창 밖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여인과 소녀의 사진...
티벳의 실내에서 찍은 한 소녀의 사진들....

아름다왔다...
현실이 이토록 아름답게, 아무런 여과 없이 다가올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시리게 느꼈다.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바로 이 세상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풍요롭고 문명의 이기에 둘러싸여야만 행복한것은 아니라는....아니, 행복해야만 사는것은 아니다... 머 이런 내용이랄까,....
지금 이순간 지구위 곳곳에서는 수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다,...나름대로의 세상속에서....
누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욕하고 돌을 던질 것인가...
하지만 진지하고 치열하였다...
그들의 느긋함마저도 실은 그들 삶의 치열함의 발로인것이다.

그리고 맥커리라는 사진가 또한 치열하였다. 기다리고 찾고 그리고 생각하면서 샷을 날리는 것이었다. 훨씬 더 치열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그의 사진 한장한장마다 맺혀져 있는 그의 땀방울들, 젖은 옷 속에 스며들어 있는 비포장도로의 풀풀 나는 먼지들....

딸아이 허벌나게 웃는 사진만 줄기차게 찍는 사람, 이쁜 모델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잡아가면서 조명을 이리 저리 어지럽게 비쳐 가면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어줍잖은 글래머 사진을 찍으려고 덤비는 인간들,...이런 인간들도 맥커리 같은 사람과 함께 '사진가'라고 함께 묶어준다면,.... 과연 합당할까 생각해본다.

나의 삶을 탐구하는 도구로서의 사진.....'세상은 살만한 곳이다(worth living)'라는 명제를 정하고 이의 답을, 또는 예증을 찾아 나가는 것이 지금 현재 나의 사진활동의 주제라고 본다면....
나는 더 치열하고 더 고민해야 할것이다.

맥커리의 사진이 존재하는 한, 나는 더 분발할것이다. 세상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2005. 5. 26

내가 왜 사진을 찍는가를 알기 위해서 ‘사진을 찍지 않아 본다’.....
내가 왜 사는지를 알기위해서 ‘살지 않아 본다’
내가 왜 밥을 먹는지를 알기 위해서 ‘먹지 않아 본다’
내가 왜 담배를 피우는지를 알기 위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본다’
그리고 내가 왜 사랑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사랑하지 않아본다’
내가 왜 일을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일하지 않아본다’
....
....

이렇게 주절 주절 늘어놓고 보니 어떤 말들은 ‘가능’하기도 하고
또 어떤 말들은 ‘택도 없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택도 없는’말이 되는것 같다.
왜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그 일을 하지 않아 보는 것보다도, 그 일을 더더욱 열심히 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각해 나가야 하는 일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다. 그 행위가 다른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아니라 그 행위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맞나 ???)

더 열심히 일하면서, 더 열심히 살면서, 더 열심히 사랑하면서, 그리고 더 열심히 사진작업을 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야겠다.


지난주부터 현장으로 나왔다. 약 5년만에 하는 현장근무다. 새벽공기를 얼굴로 머리로 몸으로 받으면서 출근을 하고 7시 현장 체조, 그리고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시작하는 하루들....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난 욕심이 너무 많은것 같다. 나의 욕심 때문에 제발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흑백사진을 찍을때 주로 TMY나 TMX를 사용한다. 그것도 감아서 파는 필름 - 보통은 roll film 이라고 부른다. 저렴한 가격에 언제나 카메라속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그 맛(ㅡ,.ㅡ) .

한번씩 HP5나 neopan-f 같은 필름으로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분명히 ‘외도’이고 나의 주식은 역시 TMX였다. 거의 16년째... 처음 대학때 써클에 있을때는 내가 직접 감아서 사용하였고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순간부터도 항상 종로3가 그 집에 가서 달라고 하면 언제나 척척 내어주던 그 필름...한때는 가난해서 사용하였고 지금은 그냥 그 필름이 좋아서 그리고 필름값은 아끼면서 샷은 아끼지 않을수 있다는 장점에 계속 사용해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언제부턴가 필름을 현상하면 생기는 일정한 필름위의 스크래치들... 이것이 바로 문제였다. 이제 비싼 돈을 주고 필름을 써야 되는건지 아니면 그러한 스크래치를 감수하고 계속해서 롤 필름을 쓰야 하는지...

 



 

이것도 하나의 징크스인가.
점심시간에 잠시 충무로에 가서 슬라이드 필름을 맡기고 돌아오는 전철역에서 중학생쯤 보이는 농아학생들의 즐거운 대화의 순간을 그냥 환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ㅠ.ㅠ) 바라만 보고 왔다.
요즘 학생에게서 잘 찾아 보기 힘든 진지하고 맑은 눈빛을 한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무슨 신나는 일이 있는지 참으로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표정과 수화를 통해...그러다가 다시 저 반대편라인에 서 있는 여학생 두명과도 2대2로 즐거운 대화를....이쪽 두사람을 통해서 저쪽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의 환한 표정과 수화 모습들....
사람사는 것은 어느정도는 ‘소통’의 문제인거 같다. 소통이 안되어서 힘들고 불편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던가.... 진정한 대화라는 것이 결국은 절대적 소통의 문제가 아니던가.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진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사진을 하면서 언제 즐거울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사진의 즐거움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싶다.

첫째,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어딘가에 가서든지 아니면 일상생활중에서 불현듯 떠오른 영감에 의해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어 샷을 날리면서 피사체 또는 그 피사체가 몸담고 있는 즉 내가 그 속에 있던 그 장면의 느낌을 즐기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어떻게 표현해 낼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쉴새 없이 퍼부어대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나의 표현의 답을 찾아 가면서 고르고 절제하고 때론 기다리며 또는 순간의 느낌에 의지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둘째, 사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다.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또 그 필름으로 인화를 하면서 다양한 희열을 느낀다. 내가 찍었던 그 장면에 대한 느낌을 최대한 떠올리면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예술형태와는 아주 다른 사진만이 갖는 행위이며 또 그에 합당한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약품을 고르고 타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때론 나만의 노하우에 맞추어 ‘틀림없이’현상을 하고 – 그러면서도 아주 작은 변수들(온도나 약품의 희석도, 때론 반복된 현상에 의한 약품의 피로도등…)에 의해서 ‘잘못’현상될수도 있고 때론 아주 마음에 드는 현상필름이나 인화물을 얻을수도 있게 된다. – 암실에서 인화를 하는 과정등은 이루 말할수 없는 즐거움이다. 필름을 보고 어떤 것을 인화할 것인가를 고르고 또 인화작업에 들어가서도 다시 고르면서 톤을 맞추고 다시 해보고 때론 어이없는 실수로 – 실로 다양한 실수가 나온다, 왠만한 실수는 다 해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처음 접해보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물론 반복되는 실수도 다반사 이기도 하지만...

셋째, 나온 최종 인화물을 보면서 감상을 하는 단계다.

단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감상’의 부분밖에 모를수도 있고, 심하게 말하면 이 인화물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현상 인화한 것이 아니냐, 이 인화물만이 전부다 라고 말할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사진이이라는 창작행위를 하면서 가질수 있는 세번째 또는 1/3의 즐거움의 하나이다. 암튼 그렇게 만든 한장 한장의 인화물을 즉 사진을 보면서 커피한잔, 담배 몇가치를 소비하는 시간은 즐거움 그 자체다. 아쉬운점도 보이고 때론 대견스레(^^;) 생각되기도 하면서 한장 한장 만든 사진들은 어쩌면 그냥 묻혀져 버리는 시간들에서 하나 하나 골라내어 통에 담겨 있거나 때론 사진첩에 정리되어진 기억의 정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사진을 혼자 감상하는 즐거움도 색다르고 각별하지만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보여주면서 그 사진에 대한 설명도 하고 또 그 사진에 대한 독자의 코멘트를 듣고 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점, 느끼지 못하고 간과 했던 점 이런 것을 능수능란한 말속에 때론 어눌한 말속에 아주 분명히 지적되는 것은 앞으로의 사진에 대한 방향이나 방법의 문제에 대한 수정의 피드백이 되는 것이다..

 


 

사진의 이름을 짓는 것은 참 고역이다
한번씩 명쾌한 재목이 떠오르고 그 제목이 사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되어 흐믓할때도 있지만, 실은 대부분이 제목을 멀로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을 경우가 많다.

‘동심’, ‘시선’, ‘질감’,…..머 이런 시덥하고 상투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은 싫고 그렇다고 ‘무제’, ‘untitled’,…이렇게 붙이기에도 머쓱하다. 그래서 고민고민해서 생각해 낸 것이 당초 스캔할 때 썼던 파일명을 그대로 쓰는것이다.
B231-20-rts2-tmy.jpg 이렇게 저장이 되었을 경우
B는 ‘B&W’-흑백사진 231은 필름 일련번호, 20은 20번째 순서로 스캐닝된 필름, rts2는 카메라, tmy는 필름…
여기서 B231-20 이것을 사진제목으로 쓰는 것이다.

 

장점은….
1.사진 제목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2.무제’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3.오히려 더 순수한 작업의 결과물로 비칠수 있다.
4.예전에 포스팅한 사진과 중복된 사진을 올릴 위험성이 거의 없어진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ㅠ.ㅠ)
1.그것이 이런 의미라는 것을 재깍 눈치챈 관람자에 의해서
2.한필름에서 너무 많이 뽑아 쓰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질타가…
3.예전 필름을 뒤적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 하는 질문도…

암튼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 해봤다. 

 



 

요즘 날씨가 왜 이리 추운지....          
삶의 표정이 환하게 살아 있는 사진가들의 뒷 이야기들을 보면 참 인간적인 면모를 볼수 있습니다. 도둑이나 강도처럼 타인의 삶속에 짱~~하고 뛰어들어가서 살점을 뜯어 먹듯이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구요...ㅠ.ㅠ
모두들 서민들(또는 그 와 비슷하거나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스럼 없는 윙크, 우스꽝스런 표정, 너스레한 말, 가슴 확 열리게 해주는 반가운 인사,.... 머 그런 것들.... 게다가 말도 문화도 전혀 안통하는 원시부족들과 몇달씩 같이 살면서 끈끈한 유대를 맺어 가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역쉬 한장의 위대한 사진은 절때로 고스톱쳐서 따내는게 아니었더라구요...^^
교과서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 민중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 민중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그 순간만큼이라도 그 사람들과 동류의식을 느낄수 있어야 한다. 그들과 키높이를 맞추지 않으면서 그들의 삶의 감정이 담겨진 사진을 결코 찍을수 없는 것이다. 잘해야 엿보기 사진일뿐이고 이 엿보기 사진이야 말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낳는 아주 유해한 것이다 "입니다.

그리고 초상권 관련해서도 실은 그 어떤 이유를 대서도 그 사람들이 초상권을 요구하면 머라고 할수 없는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복희 님이 잘 쓰시는 수법인데... 아주 헐렁한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러저러한 모습이 너무 좋아서 꼭 사진에 담고 싶은데 잘 나오면 한장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찍는게 좋아요. 그래도 완강히 거부 하는 사람은 찍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타이르시면 되고(왜냐하면 먼가 계속 숨기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먼가 구린게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여차여차 저차저차해서 ...^^   )....  
물론 상황이 급박할땐 먼저 후다닥 찍고 양해를 구하면 됩니다...^^



 

사진은 한편으로 볼때 인상의 전달체 역할을 한다...

먼저 작가가 인상을 받아야 한다, 피사체든 상황에서건 어떻게든 강력한 감동을 받아야 하고 그 감동의 원인이 된 인상을 필름을 통해서 보는 사람에게 전달 하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인상을 충실히 필름에 기록해서, 보는 사람에게 다시 그 인상을 나눠 주는것.... 이것은 어찌보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사진 창작의 기작이 아닐까 싶다...너무 너무 기본적이고, 너무 초보적이라서 유치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실지로는 이것이야 말로 가장순수한 의미의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만져지고 왜곡되고 지워지고 덧붙여진 사진들이 결코 따라올수 없는 원초적인 표현의 욕구인 셈이다.

따라서  '인상 '지워지지 않은 사물이나 상황을 사진에 담아서는 안된다. 충분히 마음을 열고 머리속 활동을 빠르게 시키면서 느껴야 되고 그리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궁리해서 필름에 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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