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둘째가 마법전사 유캔도 디비디를 들고서는 틀어달라고 했었다.

그날 처갓집에서 늦게 오고 피곤하고 그래서 그양 무심결에 '그건 너무 유치하자나, 그리고 지금은 피곤하니깐 담에 보자'...그러고는 잊어 버렸었다.

근데 어제 밤에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오는데 둘째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아빠 숙제 다 하고 책도 다 읽었어요,...꼭 유캔도 보여 주세요..'하는 것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그럼 아빠가 집에 갈때 까지 안자고 있으면 보여줄께~'하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가 보니 이녀석이 졸려서 빨개진 눈을 하고서도 잠을 안자고 꾹 참고 날 기다린 것이었다.

티비로 틀어 주었다. 큰아들은 학원에서 하는 스키장 갔다와서 피곤했던지 완전히 곯아 떨어져 있고, 집사람도 피곤해서 이내 잠들어 버렸었다.

 

혼자서 거실에 앉아, 유캔도를 보는 둘째......너무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제 1화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너무 힘들어서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눈물까지 그렁 거리고 있는 거였다..

 

아.....

안그래도 항상 아빠를 어렵게 생각하는 둘째였다. 생일이 12월이라 항상 또래보다 1살 어려 보이고 유난히 가장 작은 편이다..그만큼 어리광도 많기도 하지만 속내는 무척이나 깊은 녀석인데.........내가 무심결에 유치하다느니, 그냥 담에 보고 오늘은 자자 느니 이러면서 넘길때 이녀석 맘이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은 유치해 보이던 것들이 내가 한때 완전히 빠져 있던 것들이 도대체 한두가지인가.....

지금은 소중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유치'해 보일 일들도 또한 얼마나 많을까....

 

나의 무심함에 혼자서 상처 받아야하고 티비 프로그램 하나 보고 싶어도 아빠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나의 둘째의 마음을 난 ...정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면서 살아 왔던 것이다....

 

둘째와 나란히 조용한 거실에 앉아서 2화까지 다 보고 잤다....

 


 

(지금 무척 피곤하다..ㅜ.ㅜ)

 

둘째와 나란히 붙어 앉아서 유캔도를 보면서 나는 이런 것들을 떠 올렸다.

 

'서부소년 차돌이, 마린보이, 태권브이, 마루치와아라치, 공룡수색대, 부리부리박사, 코난,............'

 

 

'...내가 이제 아빠가 되어 버린거야.......'




200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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