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章章句下
<智譬則巧也 聖譬則力也> 20150805
01-01 孟子曰 伯夷 目不視惡色 耳不聽惡聲 非其君不事 非其民不使 治則進 亂則退 橫政之所出 橫民之所止
맹자왈 백이 목불시오색 이불청오서 비기군불사 비기민불사 치즉진 난즉퇴 횡정지소출 횡민지소지
橫(횡)가로,(광)빛
不忍居也 思與鄕人處 如以朝衣朝冠 坐於塗災也 當紂之時 居北海之濱 以待天下之淸也 故聞伯夷之風者
불인거야 사여향인처 여이조의조관 좌어도재야 당주지시 거북해지빈 이대천하지청야 고문백이지풍자
塗(도)칠할,길/災(재)재앙/紂(주)껑거리끈,말고삐,주임금/濱(빈)물가/淸(청)맑을
頑夫廉 懦夫有立志
완부렴 유부유립지
頑(완)완고할/廉(렴,염)청렴할,살필
맹자 “백이는 눈으로 얼룩덜룩한 빛깔은 보지도 않고, 귀로 시끄러운 소리는 듣지도 않으며, 군왕다운 군왕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백성다운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다. 평화로운 때는 나아가고 어지러우면 물러났다. 횡포한 정치를 행하는 곳이나, 횡포한 인민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배겨 살지 못하고, 시골뜨기와 함께 있으면 마치 예복과 예모를 갖추고 진흙 밭에 앉는 느낌을 가졌다. 주(紂)의 시대를 만나 물가에 살면서 천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렸으니, 그러므로 백이의 풍격(風格)을 듣는 사람이면 뻔뻔한 위인도 청렴하게 되고, 겁쟁이도 굳은 의지를 갖게 된다.
01-02 伊尹 曰何事非君 何使非民 治亦進 亂亦進 曰天之生斯民也 使先知 覺後知 使先覺 覺後覺
이윤 왈하사비군 하사비민 치역진 난역진 왈천지생사민야 사선지 각후지 사선각 각후각
斯(사)이, 천할
予天民之先覺者也 予將以此道 覺此民也 思天下之民 匹夫匹婦 有不與被堯舜之澤者 若己推而內之溝中
예천민지선각자야 예장이차도 각차민야 사천하지민 필부필부 유불여피요순지택자 약기추이내지구중
溝(구)도랑
其自任以天下之重也
기자임이천하지중야
이윤은 ‘누구를 섬긴들 군왕이 아니며 누구를 부린들 백성이 아니랴’ 하고, 평화로운 때에도 나아가고 어지러운 시절에도 나아갔다. 또 ‘하늘이 이 백성을 내실 적에 먼저 안 이가 뒤로 알 이를 깨우쳐 주며, 먼저 깨달은 이가 뒤로 깨달은 이를 깨우쳐주게 하시니, 나는 하늘이 내신 백성들 중에 먼저 깨달은 사람이라, 나는 이 도로 이 백성들을 깨우쳐 주리라.’하며, 하늘이 낸 백성들 중에 하찮은 사내 하찮은 계집 하나라도 요순에게서 받는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있으면, 마치 군자가 진구렁 속으로 몰아넣은 것 같이 생각하였으니, 그가 천하의 중책을 맡는 품이 이러하였다.
01-03 柳下惠 不羞汗君 不辭小官 進不隱賢 必以其道 遺佚而不怨 窮而不憫 與鄕人處 由由然不忍去也
류하혜 불차오군 불사소관 진불은현 필이기도 유일이불원 궁이불민 여향인처 유유연불인거야
隱(은)숨을/賢(현)어질/遺(유)남길,(수)따를/佚(일)편안한,(질)방탕할/憫(민)민망할
爾爲爾 我爲我 雖袒裼裸裎於我側 爾焉能浼我哉 故聞柳下惠之風者 鄙夫寬 薄夫敦
이위이 아위아 유단석라정어아즉 이언능매아재 고문류하혜지풍자 비부관 박부
袒(단)웃통벗을,(탄)터질)/裼(석)웃통벗을,(체)포대기/裸(라,나)벗을/裎(정)벌거숭이/浼(매)더럽힐/鄙(비)더러울,마을/寬(관)너그러울/敦(돈)도타울
유하혜는 좀 지꺼분한 군왕이라도 수치로 알지 않았으며, 하찮은 벼슬도 낮다 생각지 않고 나아가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자기의 좋은 재주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버림을 받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곤궁하게 되더라도 가슴을 태우지 않았다. 시골뜨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차마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 ‘너는너요 나는 나지. 내 곁에서 웃옷을 벗고 벌거숭이가 된들 그대가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을 것인가!’ 하였으니, 그러므로 유하혜의 풍격을 듣는 사람이면 조불조불한 사람도 너그러워지며 껄렁뱅이도 묵직하게 된다.
01-04 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遲遲 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可以速則速 可以久則久 可以處則處
공자지거제 접석이행 거노 왈지지 오행야 거부모국지도야 가이속즉속 가이구즉구 가이처즉처
淅(석)일,쓸쓸하다,썰렁하다,비바람소리/遲(지)더딜,늦을
可以仕則仕 孔子也
가이임즉임 공자야
공자가 제나라를 떠나실 때는 담가 놓은 쌀을 건저가지고 가셨으며 노나라를 떠나실 때는 ‘천천이 나는 가겠노라.’하셨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인 것이다. 속히 물러섬 직하면 물러가고, 오래 머무름 직하면 오래 있고, 그대로 있음 직 하면 그대로 눌러있고, 벼슬 삼 직하면 벼슬살이하신 이가 공자다.”
01-05 孟子曰 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柳下惠 聖之和者也 孔子 聖之時者也
맹자왈 백이 성지청자야 이윤 정지임자야 류하례 성지화자야 공자 성지시자야
“백이는 성인 중에도 맑고 깨끗하신 분이요, 이윤은 성인 중에도 일을 가로맡는 분이요, 유하혜는 성인 중에도 화락하신 분이요, 공자는 성인 중에도 때에 알맞은 일을 하시는 분이다.
01-06 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 金聲也者始條理也 玉振之也者 終條理也 始條理者
공자지위집대성 집대성야자 금성이옥진지야 금성야자시조리야 옥진지야자 종조리야 시조리자
振(진)떨칠
智之事也 終條理者 聖之事也
지지사야 종조리자 성지사야
공자는 한데 뭉쳐 크게 이룩하신 분이니, 한데 뭉쳐 크게 이룩하였다는 것은 쇠소리로 울려 옥소리로 매조지하는 것이라, 쇠소리로 울린다는 것은 음악의 곡조를 시작하는 것이요, 옥소리로 맺음한다는 것은 음악의 곡조를 끝맺는 것이니, 곡조를 시작하는 것이란 지혜 있는 이의 일이요, 곡조를 맺음하는 것이란 성인의 일인 것이다.
01-07 智譬則巧也 聖譬則力也 由射於百步之外也 其至 爾力也 其中 非爾力也
지비즉교야 성비즉력야 유사어백보지외야 기지 이력야 기중 비이력야
智(지)슬기,지혜/譬(비)비유할/射쏠 사,벼슬 이름 야,맞힐 석,싫어할 역
지혜란 비유하자면 기교요, 성(聖)이란 비유하자면 힘이다. 마치 백 보 밖에서 활을 쏘는 것 같으니, 거기까지 가는 것은 너의 힘이지만 그것을 맞추는 것은 너의 힘이 아닌 것이다.”
- 참고자료 1 : 「맹자」를 읽고나면 머리에 박히는 인물들과 그 인물평이 있다. 맹자의 만장 하편의 첫번째 장이 바로 그것이다.
백이 (수양산에서 숙제와 함께 굶어죽은..) 는 섬길 만한 올바른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다스릴 만한 올바른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고, 평화로우면 관직에 나아가되 도가 없어진 나라에서는 관직에서 물러났다. 무례한 사람을 감내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지 않고 늘 고고한데, 법도에 벗어난 곳을 미련없이 벗어나는 이런 청렴함과 확고한 의지와 절개에 대해서 맹자는 높이 평가한다.
이윤은 '누구를 섬긴들 내 백성이 아니며 누구를 부린들 내 백성이 아니겠느냐' 라면서 평화로울 때에도 도가 없을 때에도 관직에 몸을 담았다. 그러면서 백성이 올바르지 못하면 올바를 수 있게 깨우치고, 도가 실현되도록 하는 데 전념했다. 당연히 맹자는 이런 이윤을, 요순의 도를 몸소 펼치는 이로 높이 평가한다.
유하혜는 올바른 임금이 아니어도 섬기고, 말단 관직을 주어도 관직을 받았다. 그러나 관직에서 일할 때에는 재능을 다해 일하고, 해고(?)되어도 원망하지 않았다. 아무리 무례한 사람이 곁에서 방약하게 굴어도 '너는 너이고 나는 난데 네가 아무리 내 옆에서 벌거벗는 무례한 행동을 한들 네가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느냐?' 라며 태연하게 여겼다. 맹자는 이런 유하혜를 너그러움과 관대함의 본보기라며 높이 평가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관성이 없다며, 백이가 도가 없는 곳을 벗어난 게 청렴함이었다면, 도가 없는데도 관직한 이윤은 청렴하지 못한 거라고 해야 맞지 않은가? 백이가 올바른 임금이 아닌 자를 거부하고 무례한 자와의 동석을 거부하는 게 절개라 할만한 일이었다면, 유하혜가 말단 관직을 받으며 어질지 못한 자를 섬기고, 무례한 자와 동석하여 태연한 것은 절개가 아닌 일이라 해야 맞지 않은가? 하지만 맹자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백이는 성인으로서 청렴결백한 사람이요, 이윤은 성인으로서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요, 유하혜는 성인으로서 온화한 사람이다."
「논어」에서도 그랬다. 공자는 인(仁) 한 사람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마다 대답이 달랐다. 인하다는 가치는 하나가 아니요, 여러 가지 상황에서 그에 따른 인이 있고 그에 따른 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를 칭찬할 때에도, 그가 나쁜 구석이 하나도 없거나 완벽할 때에만 그렇게 평한 게 아니라 칭찬할만한 데가 있으면 그것을 칭찬한다.
「맹자」에서도 그렇다. 여러 성인의 여러 가치를 본받고 있다. 백이에게서 절개를 높이 치고 이윤에게서 책임감을 높이 여기며 유하혜에게서 온화함을 높이 평가한다. 그럼 '나' 는 백이처럼 절개있게? 이윤처럼 책임감있게? 유하혜처럼 온화하게? 사실상 임금을 섬기고 관직에 나아가느냐 마느냐라거나 무례한 사람과도 동석하느냐 마느냐라거나 하는 문제에서 세 사람은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세 사람을 동시에 본받을 수가 없다.
백이처럼 떨치고 가도 절개라 좋은 거고, 이윤처럼 참고 일해도 책임감이라 좋은 것? 백이처럼 완강히 거부해도 확고한 의지라 좋은 것이고, 유하혜처럼 말단 관직이나 무례한 이라도 거부하지 않는 것이 온화함이라 좋은 것? 결국 뭘 하든간에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 가 중요하지, 결국 관직에 나갔느냐 아니냐, 무례한 이와 동석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도가 없는 세상에서도 관직에 나아가 도를 실현하려 한 이윤은, 떨치고 나가버린 백이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 '부귀 영화를 위해 도와 상관없이 관직에서 부를 축적하는 이들' 과 비교되어야 할 인물이다. 떨치고 나간 백이도,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지닌 이윤이나 온화한 채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믿었던 유하혜와 비교당할 대상이 아니라, '구차하고 비굴하게 일신의 영위를 원하는 사람들' 과 비교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밸도 없고 비굴하다고 볼 수도 있을법한 유하혜도, 당찬 이윤과 백이에게 비교될 인물이 아니라 '절개와 의지라는 이름아래 깐깐하게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따지고 자신의 재능을 비싸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속좁은 인물' 과 비교될 때 빛이 나는 온화함의 성인인 것이다.
맹자는 백이와 이윤과 유하혜가 완벽한 성인이었는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행동과 정신에 성인다운 것이 하나씩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여러 다른 가치를, 다만 한 가지라도 실현하는 성인이 있어 그를 본받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ㅡ 홍익출판사 「맹자」참고함.(출처 : http://egloos.zum.com/heeyo/v/1089251)
- 참고자료 2 : 유하혜(柳下惠)
춘추 초기 노나라의 대부로써 전(展) 성에 이름은 획(獲)이다. 식읍(食邑)이 유하(柳下)이고 시호(諡號)가 혜(惠)다. 중국 춘추 시대 노(魯) 나라 때의 현자(賢者)다. 자는 금(禽) 혹은 계(季)이고 유하(柳下)에서 살았으므로 이것이 호가 되었으며, 문인들이 혜(惠)라는 시호를 올렸으므로 유하혜라고 했다. 노나라에서 형옥(刑獄)의 일을 관장하는 사사(士師) 벼슬을 살았다. 노희공(魯僖公) 26년 기원전 634년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자 그는 사람을 제나라 진영으로 보내 그 군사들을 물러나게 했다.
능란한 변설과 밝은 예절로 이름이 높아 공자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또한 직도(直道)를 지켜 임금을 섬기고 진정한 화(和)를 이룬 사람이라고 해서 맹자에 의해 이윤(伊尹), 백이(伯夷), 공자와 함께 4대 성인으로 추앙되었다. 춘추 시대 대도(大盜)이며 악인(惡人)의 대명사로 쓰이는 도척(盜跖)은 그의 동생이다. 이에 따라 형제간에 현인과 대악인이 있을 때 이들에 비유하였다.
논어18편 미자(微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유하혜는 사사(士師)였는데, 세 차례나 쫒겨났다. 사람들이 보고 말하기를 ‘ 다른 데로 가 버릴 수 없었던가요?’ 하고 말하자, 그는 ‘곧은 도리로 남을 섬기자면 어디에 간들 세 차례는 쫒겨나지 않겠소? 정도를 굽혀서 남을 섬길진대 하필이면 부모의 나라를 떠나야 한단 말이오?’ 하였다. (柳下惠爲士師, 三黜. 人曰子未可以去乎. 曰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
또한 맹자 만장 장에 백이, 이윤, 공자와 함께 그의 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유하혜는 더러운 임금 섬기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아니하였고, 작은 벼슬도 사양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서는 자기의 재주를 숨기지 않았고, 반드시 정당한 도로써 일하였고, 버림을 받아도 원망하지 않았고, 곤궁에 빠져도 근심하지 아니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사람과 함께 살면서도 너그럽게 대하였고, 차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내 곁에서 벌거벗고 있다 한들 네가 어찌 나를 더럽힐 수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유하혜의 기풍을 듣게 되면 비루한 사나이도 너그럽게 되고, 천박한 사나이도 후덕하게 되었던 것이다.]
- 준이생각 : 백이는 淸청렴결백하여 마음에 드는 왕이 아니면 섬기지도 않고, 천하고 더러운 것은 멀리 하였다. 이윤은 누구든 그를 쓰고자 하면 달려 나가 우매한 백성을 깨우치기 위하여 열심히 하였다. 유하혜는 누구든 가리지 않고 그를 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였으며 그 자신이 힘들던 힘들지 않던 주위에 어떤 사람과도 어울리며 전혀 개의치 않았던 인물이다. 공자는 있음 직 하면 머물고 떠남직 하면 떠나고, 시대에 따라 부드럽게 흘러갔다. 지혜와 성인에 대하여 각각 기교와 힘(에너지)로 표현하며 무언가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둘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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